檢수사권 강화에 숨죽인 경제계

입력 2022-03-13 17:54   수정 2022-03-14 00:37

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 등의 인선을 발표함에 따라 곧 구체화될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경제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.

윤 당선인은 선거 운동 기간 주 52시간 근로제나 중대재해처벌법 최저임금제도 등 경제계가 개선 또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의사를 수차례 내비쳤다. 기업들에 부담이 되는 제도를 일부 개선하겠다는 그의 발언에도 정작 취재 현장에서 만난 기업인들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.

한 기업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2019년 7월 검찰총장 취임사에서 한 발언을 소환했다. 그는 당시 “시장기구가 경제적 강자의 농단에 의해 건강과 활력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 헌법체제의 본질”이라고 강조했다. 원론적인 발언으로 볼 수도 있지만, 당시 경제계에서는 대기업 관련 수사에 힘을 싣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했다.

기업인들은 윤 당선인의 일부 규제 완화 관련 공약만으로 기대를 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말한다. 기업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달라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. 한 대기업 대관담당 임원은 “아무리 대통령 당선인이 됐다고 하더라도 검사 시절의 기업관이 갑자기 달라지겠느냐”고 말했다.

윤 당선인이 내세운 검찰 수사권 강화 공약도 기업인들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. 윤 당선인은 지난달 사법개혁 공약을 발표하면서 ‘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강화’를 언급했다.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폐지를 비롯해 검찰총장이 검찰청의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했다.

경제계에선 윤 당선인이 내세운 검찰수사권 강화의 칼날이 다시 기업으로 향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. 검찰을 통한 군기 잡기식 기업 수사가 역대 정권 초기 반복돼온 만큼 이번에도 검찰의 ‘코드 맞추기’식 수사에 기업들이 희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.

요즘 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심상치 않다.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세계 공급망 불안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이 어떤 충격으로 다가올지 가늠할 수 없어서다. 코로나19의 대확산도 불확실성을 더 키우고 있다.

다른 기업의 법무팀 임원은 “기업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잠재적인 법적 리스크를 점검하느라 정신이 없다”며 “특수통 검사 출신이 대통령에 당선된 만큼 기업들이 느끼는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”고 말했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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